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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에서 만난 사람들 (스페인 여행기4)여행기/스페인 2022. 12. 23. 20:43
2004년 2월 15일
비포 썬 라이즈
남녀가 기차 안에서 만나 비엔나에서 하루 동안 여정을 함께하지만 6개월 후 약속만 남긴 체 각자의 길로 떠난다는 영화.
정말일까? 정말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우연히 기차에서 만난 사람과 단 하루만에 온 마음을 열어줄 수 있는 것일까?
유럽여행은 그런 로망이 있었다. 현실은 그런 로망보다는 내가 소매치기당하진 않을까 노심초사한 시간이 많았지만..
언어의 장벽은 여행기간 동안 두려움으로 점철된 시간이었다.
소통은 그만큼 중요했다.
프랑스 교민과 영국유학생
바르셀로나 구시가지인 고딕지구는 옛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이다.(출저픽사베이) 민박집에서 만난 여자 셋은 BAR에 앚아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수다를 떨었다.
두 분은 나처럼 혼자서 여행중이었는데 한분은 영국에서 공부를 하던 분이고 한분은 프랑스에 머무는 교민이셨다.
영국유학생은 나와 비슷한 나이또래였는데 내심 부러웠다. 그녀의 실력과 모험심.. 가족의 응원이 그랬다.
프랑스 교민분은 이혼하시고 프랑스에서 어머니와 단 둘이 살고 계셨다.
자세한 건 물어보진 않았지만 사연이 많아보였다.
나는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무작정 스페인행을 결정지은 백수였다. 학력이고 경력이고 내세울 것 없는 20대 초반의 여자였다. (지나고 보니 젊음만큼 가장 내세울건 없으니 나는 다 가진거나 마찬가지였다. )
단, 하루 뵈었을 뿐인데 헤어지는게 아쉬웠다. 프랑스교민분과만 오전 일정을 같이하기로 했다.
몬주익언덕은 바르셀로나시의 외곽지역에 위치해있는데 그곳에 가면 바르셀로나 시가지를 모두 볼 수가 있다.
이곳에는 황영조선수의 동상도 있다고 하는데 하루일정이 촉박한지라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미로미술관은 많은 사람들 때문에 발길을 돌렸다.
몬주익언덕의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걸어가던지. 케이블카를 타는 방법이 있는데 보기에도 걸어가기엔 무리인 듯싶어 케이블타를 탔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바르셀로나
항구에는 컨테이너가 즐비하고 청명한 바다가 인상 깊게 다가왔다.
그리고 택시를 타고 피카소 미술관으로 향했는데 프랑스 교민분은 택시기사가 시내를 돌고 있다며 불평하셨다.
피카소박물관에서 만난 호주여행객
어두운 고딕지구에 위치한 피카소 박물관은 생각보다 큰 규모는 아니었다.
정문 앞에서 첼로를 연주하는데 분위기가 잘 어우러진다.
프랑스교민분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각자 따로 관람을 하는데 그러다가 누군가의 발을 밟았다.
"미안해요"
그 배낭여행객은 호주인이었는데 이름은 다니엘이었다. 때마침 나는 비취색의 스웨터를 입은 상태였는데 작품 속의 여인과 비슷한 옷을 입었다며 농담까지 건넨다. 그는 김 씨라는 성이 많은 한국을 여행했던 적이 있다며 내 성은 아주 특이하다고 이야기한다.
내 영어실력은 형편없었지만 그와 대화하는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독특한 경험이다.
다니엘의 다음일정은 프랑스 리옹이었다. 프랑스 리옹... 맘만 먹으면 돌발행동을 감행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면 2개국에서 3개국으로 늘어나니까 ㅋ) 나의 이런 무모한 행동은 뜻밖의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에 그와 작별을 고했다. 현실은 영화와는 참 많이 다르다. 영화처럼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지금 다시 결정한다 해도 같은 생각이다.
정문에서 프랑스 교민분과 다시 만났다. 그분은 나에게 특별한 점심을 먹어보자며 나를 설득했다.
그렇게 그분과 나는 점심을 먹고 번잡한 바르셀로나의 거리에서 각자의 길로 향했다.
그러고 보면 영화 비포썬라이즈의 결말은 최고의 선택이다.
(그러나 비포선셋, 비포미드나잇으로 이어진다.... 흠... 둘은 다시 만나 결혼했다. 그래도 속편은 없는 게 낫겠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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